Generation Kill/꽃 중위님 시리즈
중위님 중위님 꽃같은 우리들의 중위님 12
소심늘보
2012. 12. 14. 21:39
* 막둥이랑 중위님이 수상해 8
*거친 언어 주의
“존나 저 새끼 저거 망할 다이어트 약을 빼앗아야 한다니까?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 이 미친 새끼야. 에라이~”
에스페라가 욕하자 구타 세례를 받고 납작 뻗었던 레이가 발딱 일어났다.
“전 오히려 병장님을 이해할 수 없지 말입니다. 좀 생각을 해보시지 말입니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 두 번은 정확한 시간을 가리킨다는데 머리가 똥구멍에 연결된 장교 새끼들이 존나 미치지 않은 작전을 짠 게 한 달에 한 번은 되는지 말입니다. 무엇을 각오하든 그 이상의 최악을 내놓는 새끼들한테 상식을 기대하다니! 전 병장님 따님이 마구마구 걱정되지 말입니다. 전에 무용교실에 다닌다고 했는데 설마 1년쯤 배운 뒤엔 당연히 뉴욕 필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시지 말입니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는 자식을 망치는 지름길이지 말입니다!”
“레이, 뉴욕 필은 오케스트라예요.”
“아 쫌! 존나 따박따박 따지는 게 꼭 나 고등학교 때 문학 선생이던 마귀 할망구 같아. 좌파게이라는 건 잘 아는데 너무 티 내지 맙시다, 기자 양반.”
에반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만약 전투 식량에 다이어트 약의 각성 성분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
마틸다 캠프에서 에반은 브랫과 레이가 필요한 물건을 사려고 육군 캠프 PX에 갈 때 도와준 적이 있었다. 그때 에반이 왜 해병대 캠프엔 PX가 없느냐고 하자, 레이는 필요한 물건을 필요할 때 구할 수 있으면 행복해서 사람을 죽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그래서 위에서는 해병을 평소 때리고 구박하다 싸울 때만 풀어놓는 핏불 다루듯 하는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언제든 살인을 하기 위해 평소 스트레스에 노출되어야 한다면 식량에 각성 성분을 첨가해 평소 불편한 생활로 말미암은 스트레스에 귀를 쟁쟁 울리는 전우의 수다 스트레스까지 더한다면 그야말로 세계 어느 곳에 떨어뜨려 놓아도 주변을 초토화할 무적의 군대가 탄생……. 에반은 고개를 저었다.
레이1, 레이2, 레이3 등, 이렇게 레이 판박이가 된 브라보2 소대를 떠올렸던 것이다. 그건……정말 끔찍했다. 서로의 수다에 결국 군인들은 집단 노이로제에 걸려 자살, 사살, 자폭, 막사 내 폭탄 투척 등 각종 화기 사고가 끊이지 않겠지. 부대 괴멸은 순식간일 것이다.
한편 종군 기자의 머릿속에서 자신이 세계의 그 어떤 군대라도 자멸시킬 수 있는 막강한 무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레이는 힘차게 떠들었다.
“너희도 생각을 해봐. 여자가 군대에 들어와서 하지 새끼들이랑 서로 총질하는 좆 같은 세상이잖아. 그런데 계집애들이 총을 들고 폼 나게 자기도 군인입네 이러고 나대니까, 게이 새끼들이 그걸 보고 눈이 뒤집힌 거지. 진짜 계집애들은 받아주면서 자기들을 계집애 같다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는 건 자유와 평등의 나라 미국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말이야. 좆 같이. 씨발새끼들. 스타벅스에서 생크림 처올린 커피나 홀짝이면서 레이스 뜨개질이나 하지, 어딜 총을 잡으려고 들어? 이렇게 게이 새끼들이 좆도 잡고 총도 잡겠다고 지랄하니까 똑같이 등신 새끼인 기자 새끼들도 거기에 장단을 맞춰서 짹짹거린 거야. 전근대적이다, 폐쇄적이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라, 이따위로 말이야. 존나. 세상에서 제일 용감하고 진보적인 새끼는 후방에서 주둥이만 놀리는 새끼지. 아무튼, 그렇게 지랄염병을 떨어대니까 후방 땡보 장교 새끼들이 겁을 먹은 거지. 아냐, 어쩌면 그 새끼들, 매일 스타벅스에서 라떼니 모카니 하는 존나 게이 같은 커피 시키다가 스타벅스 죽돌게이 새끼랑 눈맞고 엉덩이도 맞았는지 몰라. 그래서 자유니, 차별금지니 하는 건 존나 핑계고, 지 쫒빨이한테 잘 보이려고 등신짓을 저지른 거지. 존나 엿 같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DADT를 폐지한다고.”
레이가 정신이 나갈 정도로 떠벌리는 수다에는 문제점이 있었다. 듣기 전에는 헛소리를 지껄이려는구나 하다가도, 듣다 보면 나름대로 궤변의 논리가 있어 그럴싸하다고 여기다가 어느덧 납득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당장 브라보2 소대원들을 봐도 그랬다. 레이가 핵심을 터뜨리기 전 전제하는 주장에 어느덧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땡보 장교 새끼들은 그러고도 남지.”
“등신 새끼들.”
후방배치 군인들에 대한 경멸과 무능한 장교를 향한 혐오가 뒤섞여 어느덧 레이의 궤변은 정론으로 굳어졌다.
“그런데 그 병신 짓이랑 우리 중위님이 무슨 상관인데?”
“아 나, 대가리를 좀 굴려보라니까? 존나 생각을 좀 해보라고. 국방부 땡보 새끼들이 이랬어. ‘네, 존나 폐지하겠습니다. 우린 현대적이고 트인 군인들이니까요.’ 그러면 하이에나 같은 기자 새끼들이, 기자 양반, 개인적인 유감은 없다는 거 알죠? 참 잘도 ‘네, 그랬군요. 참 잘했어요.’ 이러겠다. 존나 증명을 하라고 지랄을 떨지. 그래서 땡보 새끼가 또 발발 떨면서 돌대가리를 쥐어짜고 그러다 광고를 찍자고 생각한 거지. 그러고 보니 그래서 담뱃값을 올린 거였어! 씹새끼들이 우리 주머니를 털어서 게이 광고를 찍는 거였어! 씨발! 콱 의자에 앉다 의자가 부러져 똥구멍에 의자 기둥이나 박혀서 죽어버려라, 퉤! 아무튼, 국방부 새끼가 삽질해놨기 때문에 땅개든, 물개든, 새대가리든, 해병대든 전부 ‘우린 존나 상냥한 계집애라서 게이도 사랑으로 감싼답니다. 차 한잔 드실래요? 오호호.’ 이딴 광고를 찍게 된 거라니까? 그리고 갓파더 그 새끼는 분명 하라고 하니까 하겠다고 했겠지. 존나 까라면 까는 건 좋다 이거야. 그런데 까려면 지 좆을 까지 왜 남 좆을 까나 몰라.”
에반은 놀랐다. 어째서 반론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냉정한 의무병이라면 헛소리 그만하고 다이어트 약을 버리라고 할 것 같은데 브라이언마저 레이에 동조해 이를 갈며 조용했다. 하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었다. 지난 40여 일의 여정 동안 지휘부가 보여주었던 그 장대하고 어이없는 삽질, 즉 몰상식이 요동치던 명령을 생각하면 레이 말대로 그 어떤 바보짓을 각오하던 그 이상을 보여주었으니까.
“그리고 대대장 새끼가 딱 생각을 해보니, 이걸 알파 중대장한테 시키면 분명 바보취급을 할 것 같으니까 엔시노맨에게 떠맡긴 거지. 게이 차별 폐지광고에 내보낼 애를 좀 뽑으라고. 그 등신 새끼는 네 알았습니다, 이러고 돌 같은 대갈빡을 굴리다 우리 막둥이를 딱 떠올린 거지. 씨발.”
“하필 왜 우리 막둥이를?”
“야, 존나 생각을 해봐. 우리 막둥이가 얼마나 잘 먹히겠냐? 잘 자란 티도 나고, 또 우리 막둥이가 원래는 장교가 될 애였잖냐? 그 씨발스럽게 빡센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하고도 그걸 존나 시원하게 뻥 걷어차고 제일 밑바닥으로 내려왔잖아. 와, 존나, 내가 광고쟁이였으면 아이디어가 완전 샘솟다 못해 홍수가 나서 존나 자지러졌을 거야. 씨발.”
나중에 머리를 식힌 다음 차분히 생각하면 얼토당토않은 말이었지만, 듣는 이 순간엔 정말 말이 되는 소리 같았다. 그리고 사실 아귀도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브라보 중대 사병들이 중대장과 3소대 소대장을 머저리 보듯 보긴 했지만, 이 사건이 시작되던 그때, 크리스텐슨의 얼굴은 아무리 머저리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인간인데 멍청해도 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는지, 마이너스 방향의 기적을 목격한 얼굴이었다.
“중대장이 막둥이를 불러서 게이 차별 폐지광고에 나가라고 해서 막내가 존나 황당해 하는데 캡틴 아메리카 그 눈치 없는 찌질한 새끼가 끼어들어서 일을 더 키운 거야.”
“어떻게요?”
에반도 레이의 궤변에 홀려 침을 꿀꺽 삼켰다.
“기자 양반도 존나 질리게 봤을 거 아냐. 그 새낀 지가 안전하다 싶으면 존나 용감해져서 헛소리를 나불대면서 나대는 게 특기거든. 그래서 엔시노맨 말을 듣곤 거기 한술 더 뜬 존나 소름 끼치는 바람을 훅훅 불었을 거라니까? 게이차별 금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 아예 게이결혼을 보여주는 게 최고라고.”
“하하하…….”
“그뿐이면 다행이게? 이왕 차별폐지가 주제니까 아예 장교랑 사병의 벽을 허물어서 둘을 엮으면 존나 대박을 칠 거라고 설레발을 떨고, 엔시노맨이 솔깃해하니까 말을 꺼낸 건 자기니까, 책임도 자기가 지겠다고, 지가 막내랑 결혼하는 역을 하겠다고 한 거지. 불쌍한 막둥이, 얼마나 끔찍했을까?”
“씨발, 나였다면 그때 총으로 두 새끼를 조져버렸을 거야.”
“매니멀, 꿈도 크다 이 새꺄. 무슨 괴물의 집을 찍냐? 네놈 새끼를 뽑게?”
샤핀이 빈정거렸지만, 평소와는 달리 앤토니 잭슨 상병은 받아치지 않았다. 오히려 끔찍하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소대원들도 끔찍하다는 표정을 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브라보2 소대는 지금 그때의 크리스텐슨에게 자신을 이입했던 것이다. 마초성을 최고가치로 치는 해병이 게이 차별 폐지광고를 찍는 것도 기가 막히는데, 한술 더 떠 동성결혼 흉내도 내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밤에 똥을 싸면 이라크 특수 암살부대가 자기가 힘을 주는 사이, 뒤에서 멱을 딸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결국 변비에 걸린 맥그로우 대위와 팔짱을 껴야 한다고? 모두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레이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때 막둥이 표정 봤지? 씨발, 진짜 나라도 우리 중위님한테 제발 살려달라고 매달렸을 거야. 존나 차가운 아이스맨이었다면 ‘네놈 새끼 앞으로 배달된 똥이다, 알아서 치워.’ 이렇게 존나 차갑게 말하고 휙 돌아섰겠지만, 우리 중위님이 어떤 분이시냐고. 존나 ‘부하들을 살리려는데 네깟 총탄이 내 앞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이러면서 존나 총알이 앞뒤 좌우로 막 쏟아지는 난장판에 그냥 뛰어드는 분이시잖야. 그래서 이번에도 존나 씩씩하게 나서신 거지. ‘소대원이 날 부른다, 내 쪽팔림 따위. 소대원이 먼저다.’ 이러시면서 말이야. 아, 씨발.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중위님 존나 멋있어. 어차피 중위님 노랫소리 때문에 게이도 됐겠다, 중위님더러 이슬람교로 개종하시라고 하고 셋째 부인으로 들어갈까 봐.”
“왜 하필 세 번째 부인인데요? 그리고 게이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또 자신은 게이라고 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요?”
“와, 기자 양반. 난 말이지 자고로 기자라면 책도 많이 보고, 존나 질투로 눈먼 게이처럼 꼬여서 그렇지 아는 것도 많고 진짜 되게 유식할 줄 알았거든? 근데 우리 롤링스톤즈 양반을 보고 있자니, 그 믿음이 막 흔들려. 생각을 해봐요. 아, 나 진짜 오늘 생각 좀 해보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하는 거야? 아무리 뇌가 해병대에서 나가야 생기는 거라지만 다들 너무 생각을 안 하고 산다는 느낌 안 들어? 아무튼, 첫째랑 둘째가 그렇게 좋은 자리는 아니란 말이지. 첫째는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 신경을 존나 곤두세워야 하고, 둘째는 딱 하나면 올라가면 지가 최고니까, 위로 올라가려고 존나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잖아. 그거 피곤해. 존나 피곤해. 레이레이는 피곤하고 복잡한 거 딱 질색이야. 그러니 그냥 꽃 세월 보내면서 탱자탱자거리는 셋째가 최고라니까? 그리고 게이라고 다 같은 게이가 아니지. 난 존나 아무한테나 흔드는 엉덩이가 아니라고. 존나 꽃 같이 황홀하게 예쁘시면서 박력 하나로 호랑이도 기절시킬 만큼 존나 멋지고 근사한 우리 중위님 한정으로 가슴이 설레는 존나 도도하고 비싼 게이거든? 그딴 싸구려랑 같은 취급을 하다니! 존나 좆 같은 모욕감에 유리세공처럼 섬세한 레이레이는 막 입이 파들거리려고 해!”
샐쭉한 표정으로 목소리까지 높여 호들갑을 떤 레이 덕분에 다른 소대원들은 침까지 튀기며 박장대소했다.
“난 진짜 우리 중위님이 그렇게 화끈한 박력을 보여줄 때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다니까. 정말 바티칸은 진짜 성자 명단에 네이트 픽 이 이름자들을 탕탕 박아야 한다고. 세인트 네이트. 운율도 딱딱 떨어지고 존나 좋잖아? 그리고 브랫. 브랫은 우리 중위님을 좀 반의반만큼이라도 닮아보시지 말입니다? 툭하면 성질 내고, 구박하고, 가엾은 레이레이는 막 서러워서……브랫?”
아까까지 있던 브랫이 보이지 않았다. 에스페라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이스맨이 또 똥 싸러 갔나 보다.”
“진짜 아킬레우스가 발꿈치 근육 때문에 망했다면 브랫은 언젠가 괄약근 때문에 망할 거야. 존나 결정적 순간에 비집고 나오는 똥 때문에 존나 망칠 거라니까?”
소대원들은 낄낄거렸고, 레이는 말을 이었다.
“아무튼, 우리 소대장님은 존나 유능하고 똑똑하고 가슴 설렐 정도로 화끈하신데 문제점이 딱 하나 있어.”
“그게 뭔데요?”
레이는 과장해서 한숨을 쉬었다.
“자기가 예뻐도 얼마나 예쁜지, 몰라도 너무 모른다니까. 그래서 이 사달이 난 거라고요.”
어느덧 중위는 이등병과 동성결혼식 광고를 찍는다는 것이 기정사실로 되었다. 해병들에게 받아들여지고 난 후, 하루하루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다.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던 궤변이 상식으로 통했고, 알던 상식들은 거의 통하지 않았다. 해병들의 시점은 특이해도 너무 특이해 가끔 따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에반은 아무려면 어떠냐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검열하거나 꾸미지 않은 적나라한 실상이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