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tion Kill/꽃 중위님 시리즈
중위님 중위님 꽃같은 우리들의 중위님 2
소심늘보
2012. 11. 17. 22:27
※ 거친 언어 주의
* 당신의 입술이 너무 섹시한 탓 (2/4)
“그러니까, 지금 이 좆 같은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단 말이죠.”
의무병 브라이언이 이를 갈며 으르렁거렸다.
“우리는 어제 우회로가 있는데도 굳이 도시를 통과해 신 나게 시가전을 벌였다. 왜냐면 우린 존나 용감한 해병대니까. 게다가 오늘은 또 비행장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돌격했다. 정찰 따위는 존나 계집애들이나 하는 겁쟁이 짓이니까. 우린 피에 굶주리다 뒈지지 못해 환장한 해병대니까. 씨발, 그냥 존나 까놓겠습니다. 그 미친 짓거리를 해야 하는 이유는 대대장이 사단장에게 ‘페란도찡이 해치워쪄염.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고 이케이케 씩씩하고 빠르게 해치워쪄염-뿌우-’ 알랑방귀를 뿡뿡 뀌어야 하니까. 이번에도 운이 좋아 이라크 새끼들이 토낀 뒤라서 망정이지 제대로 붙었다면 저 탱크들이 우리 중대를 싸그리 쓸어버리는 데 5분도 걸리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담기엔 갓 파더의 뇌는 닥치고 돌격=승리라는 청순한 판타지만 담기에도 좁아터졌고 말이죠. 그렇게 용기를 강조하는 양반이 왜 자기 엉덩이는 항상 전선 뒤에 붙여두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 엉덩이는 용맹무쌍하기는 하지만 무게가 천근만근인가 보죠. 아무튼, 그래서 그 존나 고귀한 엉덩이가 15시간 거리에서 굴러 오는 중인데, 자기도 군대를 끌고 공격하는 기분을 즐기고 싶다. 그런데 점령지, 아니, 뇌내 설정 공격지에 부하들이 우글거리면 맛이 떨어진다. 그러니 1개 소대만 남기고 중대는 철수해라. 대대 끌고 직접 진격해서 뽕좀 빨게. 그리고 정복자 기분을 내는 데는 적의 대포로 축포를 쏘는 게 최고니 탱크들 건드리지 마라. 기름 한 방울도 빼지 마라. 미쉬, 그 사기꾼 새끼가 없어서 서류를 봐도 언제 기록이 끊겼는지 알 수 없고, 좆 같은 모래 폭풍 때문에 비행장이 모래로 뒤덮여 이라크 새끼들이 며칠 전에 토꼈는지, 아니면 몇 시간 전에 비우고 야습을 하려고 근처에 매복했는지는 내 알 바 아니다. 이렇게 존나 용감하지만, 위험한 전투엔 부하들만 몰아넣는 갓 파더가 말씀하시자 엔시노 맨, 머리를 장식으로 단 그 머저리 새끼는 ‘그 말씀이 옳으시도다. 왕께서는 마땅히 처녀를 취하셔야 함이니’이렇게 딸랑거렸단 말이죠.”
울분을 단숨에 쏟아낸 브라이언이 씨근거렸다. 네이트 픽 중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브라보2 소대의 의무병은 언제나 냉소적인 독설가였다. 하지만 결코 이렇게 말수가 많지는 않았다. 분대장들도 놀랐는지 동료의 폭풍 같은 열변에 입을 딱 벌렸다.
사막의 건조한 바람이 한차례 지나가고 에스페라 병장이 입을 열었다.
“와, 존나 씨발, 나 소름 끼쳤어. 친구, 혹시 레이새끼 다이어트 약 처먹었어? 너 지금 완전히 39시간 동안 잠도 못 자고 운전대 붙든 레이새끼랑 똑같았던 거 알아? 지저스. 레이 같은 새끼가 하나 더 생기면 우리 소대는 망하는 거야. 존나 망하는 거라고!”
포크가 진저리를 치며 너스레를 떨자 분대장들도 맞장구를 치며 낄낄거렸다.
“음……그래도 포격지원은 사전승낙 받았다.”
“그래서 엔시노 맨 머저리 새끼는 저기 포격지점 300미터 거리에 야영지를 만들었고요.”
“맙소사, 저 병신새끼는 아직도 덴져 클로즈가 뭔지 모르나 봐.”
픽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험비의 본네트 위에 펼쳐둔 비행장의 도면을 노려보았다. 포크는 한숨을 쉬었다. 머저리 짓은 항상 엔시노 맨이 하는데 부끄러움은 왜 언제나 우리 중위님 몫일까? 포크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중위님. 존나 진지하게 말입니다. 이라크 비밀 부대가 미군 장교용 전투 식량을 머저리 바이러스로 오염시켰다는 소문이 진짜 같지 말입니다.”
포크의 넉살에 픽의 입꼬리가 위를 향해 슬며시 꿈틀거렸다. 페트릭 병장, 즉 파피가 얼른 포크의 말을 받았다.
“중위님은 존나 다행히도 면역이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엔시노 맨이랑 캡틴 아메리가 병신들이랑 놀지 마십쇼. 그 두 새끼는 머저리 바이러스를 씹병신 찌질 바이러스로 자체 진화를 시킨 고위험군 상병신 보균자니까요. 우리가 믿을 장교라곤 소대장님밖에 없는데, 걔네랑 놀다 중위님까지 덜컥 전염되기라도 하면 우린 어쩝니까? 우린 존나 불쌍한 전쟁고아가 되는 거라고요.”
분대장들은 심각한 얼굴을 꾸미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중 가장 어린 픽 중위는 짐짓 엄한 표정을 했다.
“페트릭 병장. 내가 말했듯 장교 모독은-”
픽 중위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브라보2의 소대장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소대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자 브라보2 분대장들의 마음속 꽃동산에도 꽃이 만발했다.
‘와, 존나 씨발.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우리 꽃중위님 웃는 얼굴이냐?’
‘내 말이. 존나. 꽃 같은 우리 중위님, 웃는 얼굴이 이렇게 이쁜데.’
‘좆 같은 장교 새끼들, 우리 중위님 좀 그만 볶아라. 야, 우리 소대장님이 마틸다 캠프에선 얼마나 방긋방긋 잘 웃으셨냐?’
‘웃으시기만 했냐? 중사님이 노래 가르쳐주면 귀 쫑긋 세우고 병아리처럼 따라부르셨잖냐. 존나 게이 같은 말이지만 솔직히 죽여주게 이쁘시지 않았냐?’
‘그런데 지금은 씹병신 새끼들 때문에 우리 중위님 노래는 고사하고 웃는 얼굴 보기도 존나 힘들잖냐. 좆병신 새끼들. 게이클럽에서 좆이나 빨지 여긴 왜 기어들어와서 씹지랄이야.’
자신의 웃음이 분대장들에게 어떤 호모 에로틱 파라다이스스러운 영향을 끼쳤는지 모르는 픽 중위는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채 말을 이었다.
“다행히 비행장의 규모가 크지 않으니 이 지점들에 2인 4조로 3교대 불침번을 선다. 야습만 없다면 수면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불침번을 서는 인원수가 24명? 포크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잠깐만요, 중위님도 불침번 서시게요?”
픽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모두 강행군을 했고, 소대만으로 경계해야 하니까.”
“제발요, 중위님. 중위님이 불침번을 서시는 꼴을 보면 저번에 엔시노 맨 머저리 새끼가 병신 삽질을 해놓고 중위님한테 똥물 튀겼던 게 떠올라 저희 속이 뒤집어지지 말입니다.”
포크는 간곡히 애원했고, 분대장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픽은 입을 꾹 다물었고, 윈 중사는 포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 표정은 피곤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뿌듯해 보였다. 그리고 그건 분대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윈 중사가 소대장을 말리지 않았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 꽃 같은 중위가 한 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그걸 아무도 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고집이란 것이 대부분 소대원을 위해 자기 몸을 던지겠다는 고집이어서, 그럴 때마다 소대원들은 걱정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간질간질하고 뿌듯했다. 마음속이 막 몽글 거리고 따끈따끈한 것이 다른 소대에 우렁차게 외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봤냐? 새끼들아! 이분이 우리 소대장님이시다. 존나 유능하고 개념찬데 부하를 알뜰살뜰 챙기고 거기다 이렇게 이쁘시기까지 하다. 부럽지? 부러워 뒈지겠지? 새끼들아! 우리 소대장님이시다. 우리 소대장님!
결국, 중위는 중사와 함께 1교대 때 불침번을 서는 것으로 타협을 보고, 대원들의 상태를 점검해 불침번 순번을 정하라는 지시를 마지막으로 회의를 마쳤다. 그런데 비행장 도면을 정리하던 중위가 갑자기 의아한 얼굴로 옆에 선 브랫 콜버트 병장을 봤다. 분대장들도 소대장의 시선을 쫓아 1분대의 분대장을 봤다. 그리고 갑자기 깨달은 사실에 경악했다.
브랫이 말을 하지 않았다. 단 한마디도.
아이스맨이라고 불리는 브랫 콜버트 병장은 작전을 냉철하게 수행했지만 과묵함이나 고독과는 거리가 멀었다. 차갑고 고독하고 고고하게 무리에서 동떨어져 살벌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기는커녕, 저질 드립도 잘 치고 호모에로틱 드립에도 달인이었다. 해병대가 아닌 사람이 듣는다면 얼굴이 하얗게 질릴 언어 성희롱도 밥 먹듯 했고, 아무 데서나 땅을 파 엉덩이를 까고 똥도 잘 쌌다. 그리고 그 레이 퍼슨 상병과 파트너인데도 멀쩡한 신경 줄의 소유자였다. 말수가 적으려야 적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브랫은 특히나 소대장의 말에 추임새 넣기를 즐겼다. 그런데 그런 브랫이 회의 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설마?
에스페라 병장은 브라보2 소대 내에서 레이의 실어증, 소대장의 캡틴 아메리카 판박이화와 더불어 세계멸망의 3대 징조로 꼽는 마지막 한가지 가정을 떠올렸다.
“친구, 제발. 설마 변비에 걸렸다고 하진 말아줘. 난 우리 마누라한테 돌아가야 한다고.”
브랫은 여전히 묵묵했다. 그런데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분명 눈을 뜨고 있기는 한데 초점이 풀렸고, 몸은 미세하지만, 앞뒤로 흔들리고 있었다.
“콜버트 병장.”
소대장의 음성은 언제나처럼 맑고 또렷했다. 낙오계층 출신이 많은 소대원은 가끔 소대장이 자신을 부를 때마다 자기 이름이 이렇게 불릴 수도 있다고 감동하기도 했다. 그런데 브랫은 소대장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몽롱한 눈으로 중위를 보더니 히죽 웃었다. 분대장들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콜버트?”
고개를 갸웃거린 픽은 브랫을 올려보며 병장의 눈앞에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때 브랫이 움직였다. 마치 병아리를 낚아채는 매의 기세로. 브랫의 커다란 손아귀가 소대장의 손목을 잡았고, 순간 분대장들을 둘러싼 공기에서 쩡-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중위님.”
콜버트의 표정은 멀쩡했다. 말도 멀쩡했다. 하지만 노련한 해군 수색대원들은 아이스 맨의 말이 묘하게 늘어진다는 것을 예리하게 눈치챘다. 손목을 잡은 병장은 중위를 뚫어져라 보았고, 손목을 잡힌 중위는 영문을 알 수 없어 눈을 깜박였다. 중위의 얼굴은 사막의 먼지를 뒤집어쓰고도 뽀얗고 예쁜데 석양으로 물들어 쓸데없이 더 예뻤다. 게다가 깜박이는 커다란 눈은 투명하고 영롱했다. 좋지 않았다. 이건 상당히 위험했다. 저 새끼 지금 몇 시간째 잠을 처자지 못하고 있더라? 에스페라가 시간을 계산하기 시작한 그 순간, 브랫이 다시 입을 열었다.
“중위님 입술 말입니다.”
사선을 함께 넘은 전우를 향한 우정은 뜨겁고 깊었다. 그래서 1분대 부분대장 에스페라는 자신의 분대장이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기 전에 얼른 손을 뻗었다. 하지만 늦었다. 우정은 뜨거웠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막기엔 주둥이와 손 사이가 너무 넓었던 것이다.
“존나 섹시하지 말입니다.”
석양에 물든 사막에 소리 없는 비명이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