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LT는 셰프를 꿈꾸는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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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랫네이트. 브랫네잇. 리버시블 



 

 

 

*******

 

세 번? 아니, 두 번 정도 걷어차면 부술 수 있는 문이었다.

 

씨발. 존나 뒤틀린 영감 같으니. 그래, 그 성격 꼬인 양반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지. 왜 넘어가겠냐? 사람 미치는 꼴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양반인데. 그런 음흉한 영감을 종교랍시고 빠는 작자들은 스톡홀름신드롬이 분명했다. 씨발, 존나 돌아버리겠네. 부술까? 그냥 확 부숴버릴까? 몸으로 부딪치면 한번에 부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재 나는 색은 조금 바랬지만 눅눅하지 않고 깨끗한 카펫이 깔린 플랫의 복도에서 눈앞의 현관문을 노려보며 음험한 영감이 쭉 늘여버린 시간에 갇혀 신을 향한 적의를 불태우는 중이었다. 한마디로 멋대로 늘어난 시간의 트랩에 갇혔다는 말이었다.

 

미치지도 않았고 PTSD도 아니었다. 내 정신은 멀쩡했고, 시간이란 분명히 임의로 늘어난다. 엔시노맨이 좌표 읽는 소리로 들린다는 거 안다. PTSD가 아니라고 했지만 PTSD가 맞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싶다는 것도 안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공평의 상징으로 거론된다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충고를 하고 싶어서 근질거린다는 것 역시 잘 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먼저 이 질문에 답해주길 바란다.

 

날씨가 덥다고 치자. 숨을 쉴 때마다 폐가 말라비틀어질 것처럼 존나 더운 날씨라고 치자. 섭씨 40도가 넘는 이 더위는 에어컨이 존나 세게 작동돼 감기에 걸릴까봐 옷을 껴입어야 하는 자와 고물 험비에 통조림처럼 구겨져 통풍도 되지 않는 MOPP수트를 입고 사막에서 뒹굴어야 하는 새끼에게 공평한 조건인가?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어쨌든 섭씨 40도라는 조건은 동일하지 않은가? 그리고 또 게임에서 최종보스는 빵빵한 아이템으로 무장한 만렙 캐릭터와 기본템으로 몸빵 밖에 할 수 없는 새삥 캐릭터에게 공평한 미션인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에게 동일한 질병은 공평한 시련인가? 공평은 개뿔이. 결국 뭐든 상대적이었다.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물리적 시간이 동일하게 흐른다고 심리적 시간도 모두에게 똑같이 흐르지는 않는다. 더구나 이 분야는 신이라는 작자가 지닌, 감히 인간의 척도로 가늠할 수 없는 음흉함이 빛을 발하는 분야였다. 오늘은 어떤 새끼를 괴롭힐까 세상을 살피는 신의 눈에 뭔가 아쉽고 간절한 새끼가 들어오면 신은 그 새끼가 속한 시공간만 쏙 들어내 시간축을 쭉 잡아 늘이고, 느릿느릿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 새끼가 안절부절못하는 꼴을 보면서 좋아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종교에서 안정을 느낀다는 새끼들은 피학성애자가 분명했다. 그렇게 심술궂은데다 전지전능하기까지 한 그 양반이 파병에서 막 돌아와 연인을 찾아온 해병을 놓칠 리가 없지.

 

그래서 시간이 느려도 너무 느리게 흘렀다. 문이 더뎌도 너무 더디게 열렸다. 꿀단지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천천히 가라앉는 개미가 된 기분이었다. 점점 더 초조해지고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당장에라도 이 빌어먹을 문을 부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문 너머의 사람 역시 나와 똑같은 시간의 함정에 빠져 성질을 부리기 때문이었다.

 

도어체인의 고리가 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걸리는지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몇 번 나고, 발로 문을 걷어차는 소리와 함께 문이 흔들리더니 아예 체인을 잡아당기는 소리와 함께 욕이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욕을 하는지, UN에서 연설을 하는지 헷갈리는 그 명료한 발음으로 욕을 하며 성질을 부리는데, 네이트가 그러는 이유를 모를 수가 없었다. 네이트 역시 나 못지 않게 마음이 급하구나. 나를 그리워했구나. 그 사실을 이렇게 확인하자 짜증이 사라지고 애틋함과 사랑스러움이 밀려들었다.

 

...욕하는 소리를 들으며 좋아하다니. 결과만 떼놓고 보자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변태로군. 그러고 보니 엘비스 프레슬리가 했던 양심고백이 떠올랐다. 현자그룹의 지식 독점에 반발해 바보들이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부정보를 폭로했었지. 그런데 내가 보기에 그 정보는 아무래도 똑똑한 양반들의 자조 섞인 자아성찰 아니면, 포도넝쿨에 닿지 못하는 여우가 주장하는 신 포도 모함 같았다. 가끔 뇌가 한여름 아스팔트에 쏟아진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린 게 아닌가 걱정될 때가 있기는 하지만, 내 인생에서 네이트가 없던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 만족스럽고 행복하니까.

 

달팽이가 육상 단거리 신기록보유자로 느껴질 정도로 굼뜨게 흐르던 시간이 마침내 지나가고 빌어먹을 현관문이 드디어 열렸다. 그리고 네이트의 얼굴을 본 순간,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멋지게, 적어도 여유 있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난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내 눈에서 보았던 허기를 네이트의 눈에서 본 순간, 머릿속에 하얗게 변해버렸다. 가슴이 잠수기록 갱신에 도전할 때처럼 꾹 눌리는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뻗은 손끝에 얼굴이 닿았다. 체온이 스며들자, 마음속에 가두고, 가두고, 또 가두었던 감정들이 터졌다.

 

춥고 외로웠던 밤에 절박하게 매달렸던 기억과 상상은 결국 바닷물에 지나지 않았다. 갈증만 부추겼을 뿐이었다. 등 뒤로 현관문이 닫히고 둘만의 공간에서 다시 한번 따뜻한 몸에 닿자 머릿속이, 눈이, 입술이, 이가, 혀가, 모든 것이 뜨거워졌다. 기억하는 모든 감각을 다시 삼키려 온몸이 조바심을 냈다. 끌어당겨 품에 가두고, 손가락에 닿는 머리카락을 헤집고, 입술이 맞닿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어 서로에게 달려든 우리는 굶주린 늑대였고, 동시에 갓 태어난 새끼 양이었다. 물고, 핥고, 빨고, 움켜쥐고, 쓰다듬고, 더 만지고 더 닿으려 안달했다. 절박한 욕망에 몰리는 건 나도, 네이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난 내 가랑이에서 네이트 얼굴을 떼내는데 꽤 애를 먹어야 했다.

 

...존나 애를 먹어야 했다. 끝내주게 애를 먹어야 했다. 그래서 결국 힘으로 떼야 했다.

 

숨을 좀 고른 다음 네이트를 내려보는데 씨발, 존나 불만이라는 표정으로 입술까지 삐죽거리고 있었다. 입술은 젖어서 부풀고, 머리카락은 잔뜩 헝클어져서 달아오른 얼굴로 표정까지 저러니- 내 안에서 짐승이 뛰쳐나갈 것 같았다. 다른 생각을 하자.

 

"씨발, 좀 밀면 떼십쇼. 좆에 환장하셨습니까?"

 

혹시 이런 비아냥에 네이트가 상처를 입을까봐 걱정이 된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네이트 얼굴에 속은 피해자이다. 그리고 안심하길 바란다. 피해자는 당신 혼자가 아니니까. 내가 아는 피해자만 해도 중대 단위가 넘는다. 겨우 이 정도에 상처? 상처는 무슨, 이 정도로는 정신의 방패에 내려앉는 손톱만한 솜 뭉치 정도의 충격도 주지 못한다. 그 증거로 봐라.

 

"너는 꼭 아니라는 것처럼 말하네."

 

네이트는 콧방귀를 뀌더니 좆을 쥔 손을 느리게 돌리며 몇 번 훑고 젖은 손가락으로 고환 밑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난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지 않지. 절대로 아니지 않을 수가 없지.  하지만 난 대꾸할 말이 없어서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오랜만의 쾌락에 정신을 차리지 못해 말을 하지 못하는 척 입술을 깨물며 끙끙거렸다. 그러자 네이트는 낄낄거리더니 날 똑바로 올려보며 '이런데도 네가 과연 날 떼어낼 수 있을까?'하는 표정으로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더니 씨발, 혀를 내밀어 고환 위를 부드럽게 핥았다. 목 안쪽에서 앓는 소리가 끓어올랐다. 씨발, 씨발! 그렇지 않아도 전선에서 배설 차원으로 직접 쥐어짜던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쾌감에 눈앞에서 별이 번쩍번쩍 튀는 것 같은데, 그대로 드러누워 '제발 마음껏 드셔주십쇼'라고 애원하고 싶어지는 약점을 공략당하자 하마터면 그대로 둥그런 머리를 쥐고 끌어당겨 제발 빨아달라고 애원할 뻔했다.

 

이래서 약점을 죄 꿰고 있는 애인이 무섭나 보다. 첫 번째 라운드는 아무래도 머리를 쥔 손에 힘을 조심해야 하는 입보다는 욕심껏 으스러져라 껴안고 뜨거운 안을 마음껏 쳐올리고 싶다는 욕망이 조금만 덜했어도 난 네이트를 떼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엔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물러났지만 날 올려보는 네이트 얼굴에 미묘한 표정이 스쳤는데-

 

……

 

사람이 다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특히 네이트처럼 똘끼 넘치- 아니, 나와는 사고체계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오만이자 착각이겠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네이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고. 빤히 보인다고. 비록 얼굴에 떠올랐던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그걸 놓치면 내가 해병수색대가 아니었고, 그 동안의 굴욕적인 경험에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한 등신이라는 소리였다. 내가 지금까지 당한 게 얼마인데, 모를 수가 없지. 지금 이 새ㄲ- 아니,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가? 내 오금을 쳐 무릎이 꺾인 사이 날 올라타고 원껏 빨 작정이었다. 내가 이렇게 산다. 기본인권과 의견존중도 챙기지 못하고, 내 처지가 이렇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사는 게 억울하고 불행해서 바꾸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설마 그럴 리가. 사실 네이트가 눈치는 더럽게 없는 주제에 또 의외로 기민해서 내가 정말로 싫은 걸 한 적은 없었다. 지금만해도 그랬다. 네이트가 날 올라타 내 좆을 빤다는 소리는 내게 등을 보인 채 가슴에 앉아 몸을 숙인다는 소리였고, 그것은 즉 식스티나인 포즈라는 소리였다. 어떻게 좋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이렇게 네이트가 욕정이 노골적으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나를 당연한 먹잇감이라는 듯 볼 때마다 꼭 사자 앞에 선 토끼가 된 기분이 드는데, 그 기분이… 솔직하게 말해서 좋았다. 등이 오싹거릴 정도로 존나 좋았다. 제길, 내가 종교를 가지 사람들을 비웃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누가 누구더러 마조히스트라고 한 건지. 쯧쯧.

 

아차, 한눈팔 때가 아니지. 공격이 들어오기 직전 얼른 한 걸음 물러서자, 혀를 차며 아쉬워했다. 내가 이렇게 산- 아차, 이 신세한탄은 내 손으로 무력화시켰지. 네이트가 다시 거리를 좁히는데, 얼른 수를 내야 했다. 내가 이 인간 고집을 아는데. 작정하면 꼭 해야 하는 인간이라 난 현재 <파병에서 돌아오자마자 애인에게 타격 당하고 쓰러져 쭉쭉 빨린 해병>이 될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제 매력이 여전해서 정말 기쁘지만 말입니다."

 

팔을 잡고 일으켜 문쪽으로 밀어붙여 끌어안고 목덜미를 깨물며 올라가다 모양 좋은 귓바퀴를 느리게 핥자 나른한 신음을 뱉었다. 네이트만 내 약점을 아는 게 아니었다. 귓불에 가볍게 이를 세우고 티셔츠 속으로 손을 넣어 매끈하게 근육이 잡힌 등을 어루만졌다.

 

"저도 급하단 말입니다. 전선에서 뒹굴다 왔는데 어드밴티지 없습니까?"

 

등을 쓰다듬던 손을 내려 한 손은 엉덩이를 움켜쥐고 다른 손은 엉덩이 골을 타고 내려가 중지로 항문 위를 지그시 누르면서, 뜨겁고 단단한 성기 위로 잔뜩 발기한 성기를 문지르자 네이트가 내 어깨에 이마를 비비며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허리를 은근하게 움직이며 날 올려보았다. 잔뜩 열이 오른 눈을 보며 급하게 네이트의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내리려는데-

 

"토끼 귀."

 

"?"

 

"이따 내가 박을 때 너한테 토끼 귀 달 거야."

 

…….

 

그래. 어쩐지 순조롭게 풀린다고 했다. 얌전히 굴 리가 없지. 토끼 귀라니. 토끼 귀를 달라니! 이 키에! 이 덩치에! 토끼 귀라니! 그건 정말 아니었다. 하지만 네이트의 눈은 도전적으로 빛나…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장난기로 반짝이는 그 눈을 보며 나는 내 선택지를 떠올렸다.

 

1.     무시하고 힘으로 누른다.

 

힘으로 하면 체격이랑 근력 차이가 있으니 결과적으로 싸움 자체는 내가 이기겠지만 몸싸움이 끝나면 박을 기운이 남아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그 이전에 네이트를 강간한다? 차라리 선인장에 박았으면 박았지 그런 짓을 내가 할 수 있을리가.

 

2.     토끼 귀를 거절하다 더 악화된 조건을 뒤집어쓴다.

 

치어리더 코스튬이라거나, 마린걸 코스튬이라거나, 드랙퀸 코스튬이라거나, 기타 등등 기타 등등.

 

3.     네이트를 설득한다.

 

이 인간이 일단 뱉은 말을 다시 주워서 고집을 꺾게 만들라고? 차라리 캡틴 아메리카를 냉철한 장교로 만드는 편이 훨씬 실현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사실 이런 선택지는 가정일 뿐이지 실제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단 두 가지뿐이었다.

 

1.     떡을 치고 싶은가? 그러면 토끼 귀를 달아라.

 

2.     토끼 귀를 달기 싫은가? 그럼 떡을 포기해라.

 

언제까지 자기기만을 할 것인가? 진실을 말하자면 내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어떻게 떡을 친다와 치지 않는다를 동등한 조건의 선택지로 놓을 수 있겠는가? 결국 내 운명은 하나였다. <파병에서 돌아오자마자 애인에게 타격 당하고 쓰러져 쭉쭉 빨린 해병이 되는 꼴을 피하려다 토끼 귀를 달고 떡을 친 해병>. 씨발.

 

침통함에 젖어 고개를 끄덕이자 히죽 웃은 네이트가 그제야 몸을 돌려 손으로 문을 짚고 허리를 약간 숙였다. 내가 이렇게 산다. 가끔은 내가 행복한지 비참한지 헷갈리지만,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돌아보며 재촉하는 저 얼굴을 보니 아무래도 행복한 게 맞는 것 같다.

 

바지와 속옷을 내리고 엄지로 굳게 다물린 주름을 문지르자 네이트가 고개를 젖히며 기대감에 젖은 신음을 뱉었다.  루브를 잔뜩 바른-무릇 해병이란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며, 현장조달과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헤쳐나가는 존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명의 열매를 거부한다면 그건 멍청한 짓이지. 그래서 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드럭스토어를 습격해 루브와 콘돔을 확보했다-중지를 막 밀어 넣는데 그 순간, 문 너머 통로에서 인기척이 났다. 이대로 하자니 네이트의 사회적 체면이 위험했고 그렇다고 침실로 가자니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손으로 네이트의 입을 막았다.  

 

 의아해서 돌아보는 네이트에게 턱으로 복도 쪽을 가리키자 잠깐 귀를 기울이는가 싶더니 입술이 슬쩍 위로 올라가는 게 손바닥으로 느껴졌다. 고개를 젓길래 손을 떼주자 네이트는 히죽거렸다.

 

메를린은 나한테 불평할 처지가 못 돼. 남자친구가 파병 중이라고 하니까 일주일에 서너 번은 애인이랑 뜨거운 열정을 과시하며 약올리더군.”

 

티셔츠를 벗어서 던진 네이트는 발목에 걸린 바지와 속옷에서 발을 빼고 다리를 더 벌렸다.

 

당하고 그냥 넘어갈 순 없지. 협력해.”

 

저 심술궂은 웃음이라니. 불쌍한 메를린. 어쩌다 이런 또라이 성질을 건드려서. Thanks, ma’am. 복 받으십쇼. 하시는 일 두루두루 만사형통하시길 바랍니다. 나도 PT셔츠와 군복 상의를 벗고 탄탄하게 근육이 잡힌 등줄기에 입을 맞추며 내려가며 무릎을 꿇었다.

 

 

 

*******

 

평소에도 우리의 섹스 스타일은 주로 사바나의 맹수 같- , 품위 있다거나 교양이 느껴진다거나 점잖다고는 인사치레라도 할 수 없었지만 어제의 섹스는 그야말로 짐승 두 마리였다. 현관문에 난 자국을 보자 네이트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문을 긁어 내리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리고 첫 번째 사정도.

 

정말이지 섹스하기 좋은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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