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님 중위님 꽃같은 우리들의 중위님 11
2012. 12. 13. 22:12
소심늘보 Generation Kill/꽃 중위님 시리즈 View Comments
* 막둥이랑 중위님이 수상해 7
*거친 언어 주의
동녘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밝아올 무렵, 슈와체 대위가 그리에고 중사와 함께 2소대가 사용하는 창고로 찾아와 크리스텐슨과 네이트와 마이크를 공장 뒤편으로 불렀다. 그리고 잠에서 깬 소대원들은 그 모습을 누워서 지켜봤다.
픽 중위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한 중대장이 이등병을 보고 입을 떼려는데 네이트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대위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선임하사관을 물렸다. 중대장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온갖 치사한 짓은 다 저지르고, 도둑질까지 해 케이시 케이섬이라 불리며 사병들의 경멸을 받는 중사의 얼굴 가득 충격이 떠올랐지만, 중대장은 단호했고, 중대 선임하사관은 걷어차인 개 마냥 풀이 죽어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거리로 물러났다. 그리고 중대장과 소대장, 소대 선임하사관, 이등병은 비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야, 엔시노맨이 케이시 케이섬 저 쥐새끼한테도 비밀로 하는 걸 보니 노래 대회에 존나 기대하나 보다.”
“등신 새끼.”
슈와체 대위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자 픽 중위가 크리스텐슨 이등병의 어깨에 손을 얹고 뭔가 이야기했다. 그러자 머리 속에 뇌가 아니라 근육 덩어리가 든 게 분명한 중대장이 눈에 띄게 안심했다. 고개를 끄덕인 대위가 이야기를 끝낼 기색을 보이자 중위가 뭔가를 말했다. 크리스텐슨은 옆에서 눈을 동그랗게 떴고 윈 중사는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대위는 난처한 표정을 했다. 하지만 중위가 단호한 표정으로 계속 바라보자 잠시 망설이던 대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리에고 중사를 불렀다. 떨어져서 못마땅한 얼굴을 하던 중사가 냉큼 달려왔다. 하지만 다음 순간 중대장의 지시에 경악하는데 온몸이 얼어붙은 것이 브라보2 소대원들의 눈에도 보였다. 그리에고 중사는 항의를 하는 듯싶었지만, 재차 명령하는 중대장에게 결국 굴복했다. 그리고 방탄조끼 주머니에 손을 가져갔다.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오만상을 다 찌푸린 중사가 건전지를 꺼내더니 소대장에게 내민 것이다. 픽 중위는 다시 중대장에게 뭔가를 말했고, 대위가 중사를 다시 재촉했다. 중사는 마치 눈앞에서 뼈다귀를 빼앗긴 개 같았다. 정말 싫다는 기색을 온몸으로 내비치며 중사는 다시 건전지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대원들은 두 번 더 놀랐다. 저 탐욕스러운 중사가 건전지를 중위에게 준다는 것에 한번 놀라고, 끝없이 나오는 건전지에 두 번 놀랐다.
“야, 케이시 케이섬 저 새끼 주머니는 무슨 사차원이랑 연결됐냐? 무슨 놈의 건전지가 계속 나와?”
“와 존나 찌질하고 비열한 새끼. 지가 브랫 험비에서 건전지를 훔쳤으니, 누가 또 그렇게 훔칠까 봐 다 들고 다닌 모양이다.”
건전지는 중위의 손만으로 부족해 윈 중사와 이등병의 손도 가득 채웠다. 브라보2 소대원들은 수상쩍어했다.
“그런데 엔시노맨, 저 무능한 새끼가 웬일이라냐? 우리 중위님이 소대에 건전지가 부족하다고 하시니까, 절약도 배우고 좋지 않냐고 지껄이던 새끼잖아.”
“결국, 미쳤나?”
“야, 혹시 저 새끼, 이제 전쟁도 막바지겠다. 이제 와서 몸달아서 우리 중위님한테 껄떡거리는 거 아냐?”
“뭐? 씨발! 그럼 저 씹새끼가 저 좆같은 건전지 내밀면서 자기 좀 봐달라고 저러는 거냐?”
“망할 새끼. 어쩌면 저 새끼 저거 주면서 자길 떠나지 말아 달라고 우리 중위님 바짓가랑이 붙잡는 건지도 몰라.”
“저 머저리 새끼가!”
결국, 포크가 비명을 질렀다.
“아 쫌! 어떻게 노래 대회 준비 잘하라고 격려차원에서 준다고 생각하는 새끼가 아무도 없냐! 진짜 우리 소대는 너무 호모 에로틱에 쩔었어. 이게 다 네놈 새끼 때문이다, 이 빌어먹을 게이드립 레이새끼야.”
“어째서 저만 구박하시는지 말입니다. 제가 말수가 많아서 눈에 띄는 거지 존나 좆 같은 진짜 알짜배기 진국 호모 에로틱 게이섹스 드립은 브랫이 다 치지 말입니다! 우리 냉혹한 아이스맨 브랫은 제가 똥 얘기를 할 때 좆 얘기로 받아치시지 말입니다!”
중사가 건전지를 모두 꺼내 네이트에게 준 것을 확인한 슈와체 대위는 크리스텐슨의 어깨를 몇 번 두드리고는 돌아갔다. 그리고 픽 중위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하늘을 등진 중위의 그 모습을 보니 영혼의 때가 씻기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소대원들은 다들 자신도 모르게, 남들이 봤다면 흘러나올 침을 걱정해줄 미소를 실실 흘렸다.
“분대장들 집합.”
새벽하늘만큼이나 청명한 소대장의 목소리에 브랫, 포크, 루디, 로벨이 몸을 일으켜 중위에게 갔다. 윈은 레이에게 빈 상자를 달라고 해서 거기에 건전지를 넣었고, 중위와 이등병도 중사가 내민 꽤 큼직한 상자에 건전지를 쏟아 부었다. 소대장은 상자를 험비 보닛 위에 놓은 후 씩 웃었다.
“선물이다. 필요한 소대원에게 나눠주도록.”
분대장들은 입이 근질거렸다. 중대장이 괜히 건전지를 줄 리 없다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말하고 싶었다. ‘설마 중위님, 건전지에 팔려가시는 건가요?’ 하지만 저 반짝거리는 눈을 보니 차마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포크가 엄지를 척 치켜세우며 말했다.
“존나 멋지십니다. 중대장에게서 건전지를 빼돌리다니. 무슨 일이 있어도 중위님 뒤엔 우리가 있습니다. 평생 믿고 따르겠습니다. 충성!”
픽 중위가 씩 웃었고, 포크는 보람을 느꼈다. 그 사이 윈 중사는 소대 지휘차량에서 지도를 가져와 2-1험비의 보닛위에 놓았다.
“10분 뒤 소대 이동이 있다. 이 지점에서 알파 중대와 합류할 예정이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린 중위가 말을 이었다.
“이 합류 지점에서 크리스텐슨 이등병은 본국으로 송환한다. 동틀 무렵 헬기로 비행장까지 이동한 후, 거기서 바로 귀국한다. 중대장 직속명령으로 1주일 특별 휴가다.”
분대장들은 당황했다. 그러자 중위는 분대장들과 시선을 하나하나 맞추며 말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상부의 지시야. 이등병은 바로 준비하도록.”
중위는 분대장들이 가장 계급이 낮은 크리스텐슨이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혼자 휴가를 받았다고 동요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짐을 꾸리기 위해 트럭으로 뛰어가는 크리스텐슨을 보며 로벨이 중얼거린 말은 소대장이 예상한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중위님. 대회는 어쩌고요?”
“……대회?”
눈을 동그랗게 뜬 중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윈 중사가 나서 상황을 얼버무렸다. 분대장들에게 분대 이동준비 시키라고 해산시킨 뒤 중위를 데리고 트럭으로 향했다. 중위가 중사에게 계속 질문하는 모습이 보였다. 결국, 중사는 마지못해 대답했고, 그러자 소대장은 눈을 깜박거리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활짝 웃는 얼굴과 맑은 웃음소리에 넋을 잃은 로벨이 중얼거렸다.
“노래 대회가 아닌가?”
*****
소대가 알파 중대가 주둔한 지점에 도착하자 알파 중대의 중대장 패터슨 대위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윈 중사에게 소대 정리를 맡긴 네이트는 크리스텐슨을 데리고 대위 뒤를 따랐고, 대위는 두 사람을 회의용 막사로 안내했다.
“노래 경연대회가 아닐지도 모른다고요?”
작전회의용 막사는 입구에 차양을 내렸고, 그 앞을 중대 선임하사관 바렛 중사가 지키고 섰다.
“그래. 뭐 존나 억지를 부리면 1주일 휴가는 핑계고 본국에서 프로들한테 특별 트레이닝을 받는 거라고 할 수도 있기는 한데…….”
“진짜 대회가 있다면 알파 중대장이 저렇게 협력할 리가 없잖아. 그래도 명색이 경쟁잔데.”
“새꺄, 저 중대장이 엔시노맨처럼 등신이냐? 그냥 이 짓거리가 한심해서 등신 같은 중대장을 모시는 우리 중위님이 보기 안쓰러워서 도와주는 건지도 모르잖아.”
“아냐, 저 양반은 아무리 그래도 자기 부하들 사기를 생각해서 저렇게 경쟁자를 대놓고 도와줄 양반이 아냐.”
“그렇기는 해.”
“진짜 씨발. 우리 중위님은 패터슨 대위 같은 중대장을 만났어야 했는데. 그럼 전쟁은 좆같지만 모시는 상관이 개념이니 지금처럼 힘드시진 않았을 거 아냐.”
“야, 씹새꺄. 존나 끔찍한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그럼 알파 중대 애들이야 여기가 천국이냐, 전쟁이냐 아주 살판이 났겠지만 우린 뭐가 됐겠냐? 중대장도 등신 새끼, 자매소대 소대장도 등신 새끼인데, 샌드 슬라우터맨(Sand Slaughter Man: 모래 학살자) 그 등신 같은 학사장교 새끼가 우리 소대장입네 하고 왔을 수도 있어. 와 존나 끔찍해. 나 소름 돋았어.”
소대장들은 잠시 알파중대 2소대 소대장을 떠올렸다. 캡틴 아메리카처럼 총체적 난국은 아닌 부분적 난국이었지만, 가끔 터뜨리는 뻘짓이 참 스펙터클한 학사장교 출신 중위를. 마을의 불빛과 전차부대 불빛도 구분하지 못하고, 심지어 거리계산도 못해 11,000파운드의 폭탄을 사막에 퍼부어 모래를 대량 학살해 샌드 슬라우터맨이라는 별명을 얻은 중위가 우리 소대장이 됐을지도 모른다고? 정말 소름이 끼쳤다. 위로는 엔시노맨, 옆으론 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앞엔 샌드 슬라우터맨이라. 용맹한 브라보2 소대원들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와, 진짜 존나. 난 양손에 폭탄 들고 하지소굴에 뛰어들 거야.”
“야, 난 존나 이동하다. 대전차로켓으로 무장한 하지새끼들 만나면 존나 방탄조끼 벗고 가슴에 과녁을 그린 다음 양팔을 벌리고 달려갈 거다.”
“와, 씨발 진짜 끔찍해.”
하필이면 똑같이 2소대 소대장이고 똑같이 학사장교지만, 그야말로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알파 중대 2소대 소대장과 꽃 같은 중위를 비교한 소대원들은 가슴을 쓸며 안도했다. 그리고 엔시노맨이 건전지까지 주며 격려하고, 알파중대 중대장이 도움을 아끼지 않는, 현재 중위와 막둥이가 하는 일이 뭔가 다시 머리를 맞댔다.
“혹시 우리 중위님, 막둥이랑 광고 찍나?”
레이의 말에 매니멀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무슨 광고? 해병대 입대하라는 광고?”
“하긴 우리 중위님 정도면 존나 홀딱 반해서 눈이 뒤집힌 새끼들이 몰려들 거야. 브랫이 걸려들었던 그 용과 싸우는 중세의 기자쯤이야 껌도 안 되지.”
포크가 반론했다.
“아냐, 사실 우리 해병대가 군대 중에서 제일 세고 졸라 죽여주지만 또 제일 가난하잖냐. 그래서 후원기업을 구해서 그 대가로 광고를 찍는 걸 거야. 씹, 가정이든, 군대든, 전쟁이든, 결국 돈이 없으면 안 되는 거라고.”
“그럼 무슨 광고를 찍으실까? 뉴트로지나?”
“사막의 건조한 바람과 땡볕에도 당신의 피부를 지켜드립니다. 뉴트로지나. 그 놀라운 효과를 경험하세요. 뭐 이런 거?”
“아우~ 진짜. 프루디 루디. 진짜 병장님은 게이가 맞지 말입니다? 그렇게 씨발스럽게 게이 같은 말이 줄줄 나오는데 왜 부정을 하시는지 말입니다. 정체성 인정이야말로 행복을 향한 첫걸음이라잖아요. 그냥 인정하시지 말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게이바를 열면 와서 수질관리를 좀 해주시지 말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졸라 호모스럽고 계집애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광고를 찍는 것 같진 않지 말입니다. 그 광고는 존나 끔찍하고 씨발스러운 광고일 확률이 높을 것 같지 말입니다.”
“그럼 무슨 광고?”
“아, 씨발, 존나 짱나. 기자 양반, 밖에선 여전히 DADT를 폐지하라고 게이 새끼들이 아주 생난리 지랄을 떨고 있죠?”
“어……음……성차별과 성적취향 차별을 비롯해 차별금지 운동은 꾸준히 이어지니까요.”
“기자 양반, 기자 양반이 졸라 좌파에 호모에 음모론자라는 건 내가 알고 있지. 아무튼, 결국 국방부 후방 땡보 계집애 새끼들이 결국 일을 치른 거야. 땡보 새끼들이 결국 게이 새끼들한테 굴복한 거라고요. 틀림없어. 그래서 DADT를 폐지하고 또 그 꼬라지를 광고로 찍어서 보여주려는 거야.”
소대원들은 도대체 레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 어리둥절해했고, 레이는 발칵 화를 냈다.
“씨발, 존나 찌질한 땡보 새끼들 때문에 우리 중위님이 게이 광고를 찍는 거라니까!”
……레이 퍼슨 상병은 쏟아지는 몰매의 기적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잠시 후 이어지는 레이의 주장은 소대원들을 설득했다. 심지어 냉철하다 못해 냉소적인 소대 의무병 티모시 브라이언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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