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님 중위님 꽃같은 우리들의 중위님 14
2012. 12. 16. 20:51
소심늘보 Generation Kill/꽃 중위님 시리즈 View Comments
* 막둥이랑 중위님이 수상해 (10/12)
*거친 언어 주의
헬기의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하고 부상자들을 옮기는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잠시 후 작전용 막사의 입구를 막은 장막을 젖히며 세 사람이 나왔다. 크리스텐슨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헬기를 보며 심호흡을 하다가 패터슨 대위와 픽 중위가 어깨를 두드려주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짐을 들고 헬기에 올랐다.
헬기가 출발하고, 패터슨 대위와 잠시 이야기를 나눈 네이트는 소대원들 쪽으로 왔다. 키가 크고 비율이 좋은 네이트가 야전복과 방탄장비를 갖춰 입은 모습은 예쁘기도 했지만 멋있었다. 연이어 이륙하는 헬기가 일으키는 강한 바람에 흙먼지가 날리고, 그 사이를 뚫고 걸어오는 모습은 당장 미군찬양을 주제로 하는 영화를 찍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소대원들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씨발. 우리 중위님이 광고에 나간다면, 존나 멋지고, 근사하고, 남자답고, 박력 쩔어주는, 해병 중의 해병으로 나가셔야 하는데, 어쩌다…….”
4분대장 로벨 병장이 눈가를 훔치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소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뜨거운 무언가가 가슴을 꽉 메웠다. 소대원들에게 다가온 중위가 철모를 벗으며 밝은 표정을 하자 목구멍까지 뜨거워졌다. 우리들이 동요할까 봐 아무 일도 아닌 듯 담담한 척하지만, 저 속이 지금 어떨까? 소대원들의 눈 안쪽이 시큰거리면서 뜨거워졌다.
1분대 험비 앞에 모여 앉아있는 소대원에게 온 네이트는 부하들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슨 일 있었나? 얼굴들이 왜 그래?”
이렇게……이렇게 소대원들을 생각하는 소대장님이신데……그런데! 소대원들은 목메어 통곡하고 싶었다. 결국, 레이가 벌떡 일어났다.
“씨발, 중위님! 우리가 중위님과 막둥이만 쪽팔리게 두지 않을 거지 말입니다. 이 레이레이를 시작으로 우리 브라보2는 존나 뜨거운 의리로 똘똘 뭉친 진짜 싸나이들이지 말입니다. 까짓, 그 똥통, 우리도 뛰어듭니다. 아주 화끈하게 뛰어듭니다. 이왕 머저리 짓을 하는 김에 존나 구색까지 다 맞춰서 아예 들러리도 세우라세요. 그 들러리, 우리가 섭니다. 존나 게이 같은 프릴 달린 옷을 입혀도, 입습니다. 존나 끔찍하고 씨발스러운 핑크 블라우스를 내밀어도, 존나 닥치고 입습니다. 씨발. 부케는 중위님이 던지라고 씨불였죠? 존나 얼굴밖에 볼 줄 모르는 홍보부 게이 새끼들. 안심하세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똥통도 같이 나눠서 지면 좀 덜 쪽팔리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그 부케, 저한테 던지세요. 제가 그거 받고 존나 게이처럼 오두방정이란 오두방정은 다 떨어서 광고 보는 사람들이 중위님이 아니라 ‘와, 저 호모가 되기 위해 천 년 동안 도를 닦은 것 같은 저 게이 새끼는 뭐야?’ 이렇게 생각하게 할게요. 씨발, 제가 쪽팔린 게 문젭니까? 우리 꽃 같지만 존나 싸나이인 중위님이 신부라는데. 진짜 내가, 막둥이를 생각하고 나아가 소대원 하나하나를 아끼고 보살피시는 중위님의 그 뜨거운 희생정신을 생각하면 존나 뜨거운 눈물이 반나절 참았던 오줌줄기 쏟아내듯 막 뜨겁게 줄줄 흐르지 말입니다. 들러리, 우리가 섭니다. 그 좆 같은 똥통, 우리가 같이 집니다.”
열변을 토하는 레이의 뒤에서 소대원들도 결의에 가득 찬 얼굴로 끄덕거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다른 부대 새끼들이 놀리려면 놀리라지. 그럼 오히려 너네 대장은 부하를 위해 우리 중위님처럼 모든 것을 던지고 뛰어드는 그런 진정한 장교냐며 자랑을 할 것이다. 따른다. 우린 소대장님을 따른다. 소대장님이 우릴 위해 목숨을 걸고, 명예까지 버리듯, 우리 역시 쪽팔림과 평생의 놀림쯤은 당당하게 마주한다. 우린 소대장님 뒤를 따른다. 죽이라면, 죽이고, 물라면 물고, 짜지라면 짜진다. 우리 멋진 소대장님을 결코 홀로 사지에 뛰어들게 하지 않으리. 놀리려면 놀려라, 새끼들아. 우린 존나 호쾌하게 웃으면서 저따위 광고를 찍고도 여전히 멋지고 근사한 우리 소대장님을 향한 충성을 더욱 불태우며, 거친 해병새끼들을 돌보시는 폭력의 신께서 보우하사 오늘도 존나 일용할 몸 풀 거리를 던져주시니, 그 은혜가 참으로 호쾌하고 깊나이다, 이렇게 감사기도를 올리고 존나 신나게 패리라! 소대원들은 아주 비장한 얼굴로 결의했다. 우린 존나 소대장님의 뒤를 따르지 말입니다!
레이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는 시늉까지 했다.
“씨발, 내가 존나 기가 막혀서. 진짜 윗분들은 하루에 한번 중위님 인생의 발목을 잡지 않으면 세우던 좆이 쪼그라든답니까? 왜 이렇게 멋지고 근사한 중위님을 잡아먹지 못해 개지랄인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이 레이레이는 정말 알 수 없지 말입니다. 아무튼, 중위님, 이거 하나는 분명합니다. 소대장님은 결코 혼자가 아니시지 말입니다. 자매중대 중대장이 중위님 옆에 서는데, 씨발 우리가 모른 척하면 그건 사람 새끼가 아니죠. 평생 딸칠 자격도 없는 존나 찌질한 새끼죠. 씨발, 그 부케 꼭 저한테 던지세요. 그럼 전 존나 병아리를 낚아채는 매의 기세로 그 부케를 쟁취해서 존나 게이스럽게 폴짝폴짝 뛰다가 저기 프루디 루디 허리를 꺾어서 호모들 심장이 터질 정도로 찐하고 열렬한 호모에로틱 딥키스를 날리겠습니다.”
“왜 나야!”
“존나 병장님이 우리 중에서 제일 그림이 되시지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브랫 허리를 꺾겠습니까? 전봇대 아이스맨 허리를 꺾다간 그 전에 제 허리가 먼저 나가지 말입니다. 그러니까 병장님, 아예 이번 기회에 전국적으로 몸 자랑을 하시는 겁니다. 제가 키스를 하면 병장님은 존나 환호성을 지르고 평소처럼 옷을 훌떡 벗는 거예요. 씨발, 프루디 루디는 전국 호모들의 꿈속의 왕자님이 될 거야.”
소대원들은 낄낄거렸고, 레예즈 병장은 끙 소리를 냈다. 그리고 잔뜩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그럼 적어도 양치는 하라고 투덜거렸다. 포크는 그렇게 계집애처럼 깔끔을 떨어대는 걸 보니, 역시 게이가 맞다고 추임새를 넣었고, 소대원들의 웃음소리가 커졌다. 현실은 시궁창이어도, 동료가 있어 외롭지 않다. 내려오는 명령은 거지 같아도, 우리 앞에 중위님이 있으니 우린 달릴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전우애라며 브라보2 소대원들은 감동했다.
사나이들의 진한 우정, 사랑, 끈끈한 전우애를 찍으며 도취한 소대원들을 보며 네이트는 당황해 눈을 열심히 깜박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소대원들은 생각했다. 확실히 예뻤다. 예뻐도 너무 예뻤다. 네이트에게 부케를 들리고 싶어하는 홍보부의 심정도 이해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예뻤다.
“레이,음……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레이는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를 배려해 숨기셨다는 거 다 알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 숨기지 않으셔도 되지 말입니다. 우린 다 이해했고, 받아들였고, 또 존나 감격까지 했지 말입니다. 진짜 우리 소대장님은 너무 멋지고 존나 최고야! 제가 신발 닦아드릴까요?”
“아니, 저……레이. 정말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어, 음, 광고 찍는 거 아니셨지 말입니다?”
“광고?”
네이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빛을 받은 네이트의 연한 초록빛 눈동자는 평소보다 훨씬 투명해 보였다. 이럴 때의 중위는 마치 소년 같아서……그 눈을 마주하며 레이는 안절부절못했다.
“넵. 게이결호……아니, 게이 차별 폐지광고 말입니다.”
“전혀 듣지 못한 소리야.”
분위기가 싸하게 가라앉았다. 당황하는 소대원들을 보며 네이트 역시 더욱 당황했다.
“마이크?”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해진 네이트가 선임하사관 마이크 윈 중사를 찾았다. 윈 중사는 여전히 모두에게 등을 돌린 채 험비 바퀴를 움켜쥐고 부들거리고 있었다.
“……중사?”
그제야 마이크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모두 경악했다. 의분으로 몸을 떨었다고 생각한 소대의 선임하사관은 소리 죽여 웃느라 거의 흐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언제나 온화한 미소를 머금던 중사의 포커페이스가 산산이 무너진 모습에 소대원도, 소대장도 잠시 할 말을 잊었다.
“……어…….”
얼떨결에 샤핀이 소리를 냈고, 혼란으로 표정을 살짝 찡그린 네이트와 눈이 마주쳤다. 뭔가 말을 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절박함에 휩싸인 샤핀은 자신이 주장했던 가설을 끄집어냈다.
“그럼 역시 노래 대회인가요?”
“노래 대회는 없어, 샤핀.”
마이크는 끅끅거리며 레이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일어서 소대장의 옆에 섰다. 네이트는 여전히 당황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음……제군들. 무슨 오해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현재 대대에서 개최예정 중인 대회는 없다. 그리고 난 광고를 찍지 않아.”
광고 소리를 들은 마이크가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말을 마친 네이트는 중사와 함께 돌아섰다. 그리고 한참 연상인 중사의 팔을 치며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는 소리가 소대원들에게도 들렸다. 마이크는 결국 폭소를 터뜨렸다. 큰소리로 웃는 중사는 배를 잡고 바닥을 구르고 싶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참으로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당황한 소대장과 그 옆에서 폭소를 터뜨리는 중사라니. 장교들 사이에서도 전설적인 중사인 마이크가 감정을 격렬하게 드러내는 모습에 알파중대 해병들도 흘깃거렸다.
멀어지는 소대장을 향했던 소대원들의 시선이 천천히 레이에게로 돌려졌다. 그리고 하나 둘, 몸을 일으켰다. 레이는 어색하게 웃으며 엉덩이를 뺐다. 하지만 분노를 담은 채 미소 짓는 브라보2 소대원이 레이를 둘러쌌다.
“형제들! 전우여! 내가 꼭 광고를 반드시 찍는다고 한 건 아니었잖아. 난 가설을 말했을 뿐이야. 가설. 가설 몰라?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럴지도 모른다는 것이……악! 아아악!!! 씨발, 가르자. 넌 네놈이 얼마나 무식하게 힘이 센지 좀 알고 패라고! 씨발, 매니멀! 몸으로 누르지마, 새끼야! 이 새끼들이 사람 잡네!”
사막의 도시 건조한 하늘 아래 레이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편 브랫은 복잡하고, 한편으로 화가 난 듯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네이트를 응시했다. 브랫의 마음속에 휘몰아치는 의혹의 폭풍이 더욱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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