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님 중위님 꽃같은 우리들의 중위님 22
2013. 1. 10. 18:41
소심늘보 Generation Kill/꽃 중위님 시리즈 View Comments
* 다정하게 불러주세요. (6/?)
*거친 언어 주의
레이가 직접 보지 않았다고 해서 레이의 마수에서 반드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세상에는 목격자라는 아주 몹쓸 것이 존재했고, 그 몹쓸 것들은 대부분 과장을 즐긴다는 망할 습성을 지녔다. 화제에 오르는 당사자에게는 저주받아 마땅한 존재지만, 청중들에겐 열렬한 환영을 받는 그 타이틀을 거부하기엔 스태포트 상병, 즉 큐팁은 해병이었다. 다시 말해 전우에게 놀림거리가 생겼을 때, 비웃는 데 있어 혼신의 힘을 기울이는, 그 전우애가 참으로 눈물겹고 정겹고 아름다운 해병이라는 말이었다. 브라이언에게는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큐팁은 손짓 발짓에 표정까지 재현해가며 말을 이었다.
“그때, 중위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거지. ‘응, 알아.’ 씨발. 그때 브라이언의 그 황망한 얼굴이라니. 내가 하지 새끼들 총탄이 아니라, 웃음이 터지려는 걸 참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니까? 존나 심각했다고. 만약 투팍이 살아있었다면, 이걸 사연으로 보내 ‘사막에서 웃지 못해 죽은 사나이’라고 곡을 만들어달라고 했을 텐데. 존나 아쉬워.”
눈을 부라리는 브라이언을 보며 큐팁은 곱상한 입술을 비틀며, 최선을 다해 약 올렸다. 레이는 웃고 웃다 이젠 꺽꺽거리며 바닥을 뒹구는 중이었다. 브라이언은 중위를 치료할 때, 뒤에서 경계를 섰던 큐팁을 사막에 파묻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이를 갈았다.
*****
중위의 얼굴에 난 상처를 치료한 후, 소대는 아무 사고 없이 대대 합류지점에 무사히 도착했다. 경계수위를 전달받고, 참호를 파고, 대열을 정비한 해병들은 주어진 휴식시간을 마음껏 누렸다. 브라보 2소대는 언제나처럼 옹기종기 모여 루디의 호모 에로틱 커피타임을 즐겼다. 여러 가지 주제의 잡담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알파 중대와 찰리 중대의 전력 손상이 심하니 신병 보충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그 신병들이 쓸만해 때까지 달달 굴리느라 선임들 똥줄이 좀 타겠다고 낄낄거렸다. 그러다 이야기는 흐르고 흘러 중위의 부상 이야기까지 나왔다. 레이는 세계문화유산을 보존할 줄 모르는 무식한 하지 새끼들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었고, 소대원들은 미친놈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레이의 말 내용엔 딱히 태클을 걸지 않았다. 결국, 그놈이 그놈이라는 소리였다. 그러다 문득 큐팁은 자신이 브라이언의 거대한 삽질의 현장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그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전우들을 위해 기꺼이 그 순간을 증언했다. 생생한 묘사와 어처구니없는 과장과 함께.
그리고 소대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열정과 최선을 다해 브라이언을 비웃었다. 브라이언은 비참한 기분에 빠졌다. 그리고 가장 비참한 점은 그렇게 비웃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자신이 정말 한심했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29년, 까칠함의 한길 인생을 걸었던 업보가 이렇게 되돌아오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 때, 너무 웃느라 눈물만이 아니라 침도 줄줄 흘리며 바닥을 뒹구는 레이가 들어왔다. 브라이언은 다시 이를 갈았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 모든 삽질의 원인을 제공한 네놈에겐 반드시 보복하고 말리라. 다이어트 약에 혀가 마비되는 약물을 바르려 현재 보유 중인 약물의 조합 공식을 브라이언이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레이가 몸을 일으켰다.
“중위님!”
저쪽에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네이트를 발견한 레이가 잔을 바닥에 내려놓고 양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그리고 커피타임에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는 네이트를 기어코 끌어들여 자신과 브랫 사이에 앉혔다.
“상처는 괜찮으신지 말입니다. 설마 흉터가 남지는 않겠죠? 씨발, 우리 중위님 얼굴에 상처가 난 걸 보니까 막 제 마음이 다 찢어질 것 같지 말입니다. 물론 우리 쿨하고 유능한 닥이 어련히 알아서 잘 치료했겠지만, 그래도 역시 군의관한테 보이는 것이 낫지 않겠지 말입니다.”
네이트는 레이의 호들갑에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왜 다들 내 얼굴에 난 상처에 유난하게 구는지 모르겠군.”
브랫은 뜨거워서 조금씩 입에 머금던 커피를 그만 왕창 들이켰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꿀꺽 삼켰다. 혀와 입천장, 식도가 뜨거웠지만 지금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브랫은 네이트가 작전본부 쪽에서 왔던 걸 기억했다. 작전장교 중 요주의 인물이 있다. 그 사실을 머릿속에 새기며 브랫은 이를 뿌득 갈았다.
“레이, 자네 말대로 닥이 적절하게 처치했으니, 이제 내 얼굴에 난 상처 이야기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미 충분히 시달렸다는 기색이 역력한 네이트의 반응에 브랫은 다시 한번 전의(?)를 불태웠다. 레이는 소대장은 우리가 이 좆 같은 전쟁에서 유일하게 누리는 럭셔리함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고 말할까 잠시 고민하다 다른 화제를 꺼냈다.
“중위님, 질문 하나만 드려도 되는지 말입니다.”
“이 망할 상처 이야기만 아니라면.”
“우리 위생병을 닥이라고만 부르시는데 따로 이유가 있는지 말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네이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조금 전 브랫처럼 커피의 뜨거운 온도를 입안 가득 느껴야 했다. 저 망할 새끼가!
“참 그렇지 말입니다. 해병이 되지 않았다면 멕시코계 범죄 세계에 커다란 획을 그었을 에스페라 병장님도 다정하게 포크라고 부르시는 중위님이시잖습니까?”
에스페라는 헛기침을 했고, 브랫은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부분대장을 쳐다봤다.
“혹시 브라이언의 성격이 존나 나빠서 저렇게 성격 나쁜 새끼랑은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으셔서 존나 거리감 느껴지게 닥이라고 부르시는 건지 말입니다. 뭐, 그렇다고 해도 다 브라이언의 자업자득이죠. 뾰족한 바늘에 찔리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요? 아, 좋아하는 새끼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새끼들은 존나 변태 새끼들이고 우리 중위님은 변태가 아니시잖아요? 그러니까 브라이언 새끼, 친해지고 싶지 않은 새끼라고 생각하셔도 존나 당연하지 말입니다? 물론 이 레이레이가 중위님께 레이레이라고 불리고 싶은 마음이 있듯, 우리 소대원의 가슴속엔 누구나 삼천……아니, 중위님이 친하게 불러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하나쯤은 있지만, 어쩔 수 없죠. 어쩌겠어요, 뿌린 대로 거둔 걸요. 가끔 중위님의 마음에선 브라이언이 혼자 따돌림당하는 것 같아 아주 쬐끔, 그러니까 사막에 굴러다니는 모래 한 알갱이만큼 안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성질대로 살았고, 그 업보가 되돌아와 후드려 맞는 거니까요.”
브라이언은 자신을 보며 슬쩍 윙크하는 레이를 보며 혼란에 빠졌다. 난 저 주둥이를 닥치게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더 하라고 떠밀고 싶은 걸까?
네이트는 당황한 얼굴로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음…… 난 모두 닥이라고 불러서 그냥 그렇게 부른 건데 거리감이 느껴지는 호칭이었나?”
레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요? 우리 브라이언도 좀 친하게 불러주세요. 왜 어느 나라 시에서였나, 꽃도 이름을 불러주어야 다가와 꽃이 된다잖아요. 저를 퍼슨이라고 부르는 사람한테는 사무적인 퍼슨이 되고 절 레이라고 불러주는 사람한테는 다정한 레이가 되는 것처럼요.”
그 순간, 아무리 레이가 폭풍 같은 수다로 정신을 뒤흔들었다지만, 역시 끝까지 버텨 퍼슨 상병이라는 호칭을 지켜야 했다는 후회가 네이트의 얼굴에 스치는 것 같았다.
네이트는 눈을 깜박이더니 고개를 살짝 기울여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얼굴을 바로 해 브라이언을 응시했다. 그 순간 브라이언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저 눈. 빌어먹을 저 눈! 다시 심장이 쿵쾅거리고, 당황한 나머지 뜨거운 커피가 담긴 잔의 손잡이가 아닌 몸체를 쥐었지만 손바닥이 뜨거운 줄도 몰랐다.
“그럼……로버트?”
브라이언은 하마터면 괴성을 지르며 네이트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를 뻔했다. 저런 얼굴로, 저런 표정으로, 저런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다니! 당황스러움과 민망함, 낯부끄러움과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참을 수 없는 감각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이성을 잃고 난동을 부릴 뻔했다.
왜 이런 시련이 자신에게 닥치는지 브라이언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큐팁은 손짓 발짓에 표정까지 재현해가며 말을 이었다.
“그때, 중위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거지. ‘응, 알아.’ 씨발. 그때 브라이언의 그 황망한 얼굴이라니. 내가 하지 새끼들 총탄이 아니라, 웃음이 터지려는 걸 참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니까? 존나 심각했다고. 만약 투팍이 살아있었다면, 이걸 사연으로 보내 ‘사막에서 웃지 못해 죽은 사나이’라고 곡을 만들어달라고 했을 텐데. 존나 아쉬워.”
눈을 부라리는 브라이언을 보며 큐팁은 곱상한 입술을 비틀며, 최선을 다해 약 올렸다. 레이는 웃고 웃다 이젠 꺽꺽거리며 바닥을 뒹구는 중이었다. 브라이언은 중위를 치료할 때, 뒤에서 경계를 섰던 큐팁을 사막에 파묻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이를 갈았다.
*****
중위의 얼굴에 난 상처를 치료한 후, 소대는 아무 사고 없이 대대 합류지점에 무사히 도착했다. 경계수위를 전달받고, 참호를 파고, 대열을 정비한 해병들은 주어진 휴식시간을 마음껏 누렸다. 브라보 2소대는 언제나처럼 옹기종기 모여 루디의 호모 에로틱 커피타임을 즐겼다. 여러 가지 주제의 잡담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알파 중대와 찰리 중대의 전력 손상이 심하니 신병 보충은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그 신병들이 쓸만해 때까지 달달 굴리느라 선임들 똥줄이 좀 타겠다고 낄낄거렸다. 그러다 이야기는 흐르고 흘러 중위의 부상 이야기까지 나왔다. 레이는 세계문화유산을 보존할 줄 모르는 무식한 하지 새끼들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었고, 소대원들은 미친놈이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레이의 말 내용엔 딱히 태클을 걸지 않았다. 결국, 그놈이 그놈이라는 소리였다. 그러다 문득 큐팁은 자신이 브라이언의 거대한 삽질의 현장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그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전우들을 위해 기꺼이 그 순간을 증언했다. 생생한 묘사와 어처구니없는 과장과 함께.
그리고 소대원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열정과 최선을 다해 브라이언을 비웃었다. 브라이언은 비참한 기분에 빠졌다. 그리고 가장 비참한 점은 그렇게 비웃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자신이 정말 한심했다는 것을 본인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29년, 까칠함의 한길 인생을 걸었던 업보가 이렇게 되돌아오는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 때, 너무 웃느라 눈물만이 아니라 침도 줄줄 흘리며 바닥을 뒹구는 레이가 들어왔다. 브라이언은 다시 이를 갈았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 모든 삽질의 원인을 제공한 네놈에겐 반드시 보복하고 말리라. 다이어트 약에 혀가 마비되는 약물을 바르려 현재 보유 중인 약물의 조합 공식을 브라이언이 머릿속에 떠올렸을 때, 레이가 몸을 일으켰다.
“중위님!”
저쪽에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네이트를 발견한 레이가 잔을 바닥에 내려놓고 양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그리고 커피타임에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는 네이트를 기어코 끌어들여 자신과 브랫 사이에 앉혔다.
“상처는 괜찮으신지 말입니다. 설마 흉터가 남지는 않겠죠? 씨발, 우리 중위님 얼굴에 상처가 난 걸 보니까 막 제 마음이 다 찢어질 것 같지 말입니다. 물론 우리 쿨하고 유능한 닥이 어련히 알아서 잘 치료했겠지만, 그래도 역시 군의관한테 보이는 것이 낫지 않겠지 말입니다.”
네이트는 레이의 호들갑에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왜 다들 내 얼굴에 난 상처에 유난하게 구는지 모르겠군.”
브랫은 뜨거워서 조금씩 입에 머금던 커피를 그만 왕창 들이켰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꿀꺽 삼켰다. 혀와 입천장, 식도가 뜨거웠지만 지금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브랫은 네이트가 작전본부 쪽에서 왔던 걸 기억했다. 작전장교 중 요주의 인물이 있다. 그 사실을 머릿속에 새기며 브랫은 이를 뿌득 갈았다.
“레이, 자네 말대로 닥이 적절하게 처치했으니, 이제 내 얼굴에 난 상처 이야기는 더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미 충분히 시달렸다는 기색이 역력한 네이트의 반응에 브랫은 다시 한번 전의(?)를 불태웠다. 레이는 소대장은 우리가 이 좆 같은 전쟁에서 유일하게 누리는 럭셔리함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고 말할까 잠시 고민하다 다른 화제를 꺼냈다.
“중위님, 질문 하나만 드려도 되는지 말입니다.”
“이 망할 상처 이야기만 아니라면.”
“우리 위생병을 닥이라고만 부르시는데 따로 이유가 있는지 말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에 네이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브라이언은 조금 전 브랫처럼 커피의 뜨거운 온도를 입안 가득 느껴야 했다. 저 망할 새끼가!
“참 그렇지 말입니다. 해병이 되지 않았다면 멕시코계 범죄 세계에 커다란 획을 그었을 에스페라 병장님도 다정하게 포크라고 부르시는 중위님이시잖습니까?”
에스페라는 헛기침을 했고, 브랫은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부분대장을 쳐다봤다.
“혹시 브라이언의 성격이 존나 나빠서 저렇게 성격 나쁜 새끼랑은 친하게 지내고 싶지 않으셔서 존나 거리감 느껴지게 닥이라고 부르시는 건지 말입니다. 뭐, 그렇다고 해도 다 브라이언의 자업자득이죠. 뾰족한 바늘에 찔리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요? 아, 좋아하는 새끼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새끼들은 존나 변태 새끼들이고 우리 중위님은 변태가 아니시잖아요? 그러니까 브라이언 새끼, 친해지고 싶지 않은 새끼라고 생각하셔도 존나 당연하지 말입니다? 물론 이 레이레이가 중위님께 레이레이라고 불리고 싶은 마음이 있듯, 우리 소대원의 가슴속엔 누구나 삼천……아니, 중위님이 친하게 불러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하나쯤은 있지만, 어쩔 수 없죠. 어쩌겠어요, 뿌린 대로 거둔 걸요. 가끔 중위님의 마음에선 브라이언이 혼자 따돌림당하는 것 같아 아주 쬐끔, 그러니까 사막에 굴러다니는 모래 한 알갱이만큼 안됐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성질대로 살았고, 그 업보가 되돌아와 후드려 맞는 거니까요.”
브라이언은 자신을 보며 슬쩍 윙크하는 레이를 보며 혼란에 빠졌다. 난 저 주둥이를 닥치게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더 하라고 떠밀고 싶은 걸까?
네이트는 당황한 얼굴로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음…… 난 모두 닥이라고 불러서 그냥 그렇게 부른 건데 거리감이 느껴지는 호칭이었나?”
레이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요? 우리 브라이언도 좀 친하게 불러주세요. 왜 어느 나라 시에서였나, 꽃도 이름을 불러주어야 다가와 꽃이 된다잖아요. 저를 퍼슨이라고 부르는 사람한테는 사무적인 퍼슨이 되고 절 레이라고 불러주는 사람한테는 다정한 레이가 되는 것처럼요.”
그 순간, 아무리 레이가 폭풍 같은 수다로 정신을 뒤흔들었다지만, 역시 끝까지 버텨 퍼슨 상병이라는 호칭을 지켜야 했다는 후회가 네이트의 얼굴에 스치는 것 같았다.
네이트는 눈을 깜박이더니 고개를 살짝 기울여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얼굴을 바로 해 브라이언을 응시했다. 그 순간 브라이언의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저 눈. 빌어먹을 저 눈! 다시 심장이 쿵쾅거리고, 당황한 나머지 뜨거운 커피가 담긴 잔의 손잡이가 아닌 몸체를 쥐었지만 손바닥이 뜨거운 줄도 몰랐다.
“그럼……로버트?”
브라이언은 하마터면 괴성을 지르며 네이트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를 뻔했다. 저런 얼굴로, 저런 표정으로, 저런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다니! 당황스러움과 민망함, 낯부끄러움과 손발이 오그라들 것 같은 참을 수 없는 감각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이성을 잃고 난동을 부릴 뻔했다.
왜 이런 시련이 자신에게 닥치는지 브라이언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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