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님 중위님 꽃같은 우리들의 중위님 7
2012. 12. 9. 21:37
소심늘보 Generation Kill/꽃 중위님 시리즈 View Comments
* 막둥이랑 중위님이 수상해 3
*거친 언어 주의
노래 경연대회를 그럴싸하다고 여긴 브라보2 일동은 루디의 커피를 기다리며 그 가설을 기정사실로 삼아 신 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경연대회 이야기가 나오니 마틸다 캠프 시절이 나왔고, 거기서 픽 중위가 얼마나 다양하고 예쁜 표정을 보여주었으며, 윈 중사가 가르치는 노래를 열심히 따라 부르는 모습은 꼭 어미 닭 옆에서 삐약거리는 병아리처럼 가슴 훈훈하고 귀여웠다며 열변을 토했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중위를 힘들게 몰아세워 예쁜 얼굴에서 편안한 표정을 지운 대대장, 중대장, 중대본부 선임하사관을 향해 한마음 한뜻으로 가열한 비난을 퍼부었다.
소대장 이야기를 할 때 브라보2 소대원은 눈이 반짝이고 얼굴에서 생기가 넘쳤다. 다른 부대가 브라보2를 가리켜 픽 중위의 하렘이라고 놀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에반은 그 문제로 장난을 걸지 않았다. 다들 머쓱해하기는커녕 맞장구를 치다 정식 부인 순번과 첩 순번을 놓고 진지하게 경쟁할 것 같기도 했고, 무엇보다 귀국해서 네이트 이야기가 나올 때 애인이 볼 자신의 얼굴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노래 경연대회는 너무 말이 안 되지 않나요? 함락했다지만 여긴 이라크의 수도이고 무장세력들이 아직 기승을 부리잖아요.”
“기자 양반이 뭘 모르시네. 갓파더 그 작자라면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니까.”
“맞아, 마틸다에서 콧수염 경연대회도 연 작자잖아. 기자 양반, 사실 우리가 존나 멋지고 잔인하고 언제든 살인할 준비가 된 수색대라서 낙하랑 잠수랑 수색엔 도가 텄거든. 하지만 험비 운전이랑 Mk 19니 Mk 50이니 하는 건 완전 딴 세상 문제였다고. 그런데 우릴 쿠웨이트 캠프로 끌고 가더니 험비를 몰고 그 망할 것을 쏘라는 거야. 별 수 있나, 해병은 무조건 되게 하니까 존나 굴러야지. 그래서 마틸다 캠프에서 좆빠지게 구르면서 운전 배우고 작동법을 익혔지. 실탄 훈련은 한 번 했나? 그런데 갓파더 그 작자는 그 와중에서 비니(챙 없는 검은 모자) 착용시간에 신경 쓰고, 사기진작을 위해서랍시고 콧수염 경연대회를 열었다니까?”
“그런데 까놓고 말해서 좀 재미있기는 했어.”
“하긴 파피 그 새끼는 콧수염이 개새끼라도 되는 것처럼 정을 주다가 나중에 깎을 때 피눈물을 흘렸잖냐.”
“그 병신 대대장은 우리가 수용소에 갇혀도 거기서 전투식량, 아니 쓰레기 배급식량 변형요리 경연대회도 충분히 열 작자야.”
“야, 씹. 그럼 거기서도 그 새끼랑 같이 굴러야 한다는 거냐? 끔찍하다, 새끼야.”
“야, 큐팁. 넌 왜 또 그렇게 빌빌거리냐? 딸치는데 안 섰냐?”
“저 새끼, 지가 대표로 나가고 싶은 거 아냐? 야, 넌 힙합 꼴통이라 안돼. 대대장한테 힙합이 먹힐 리가 없잖아.”
“그래, 차라리 컨츄리가 경쟁력이 있지.”
“그런데 저 새낀 백인 새끼가 힙합은 무슨 힙합이라고 지랄이래? 저 새낀 깜둥이 새끼보다 더 더러운 배신자 새끼야. 아주 깜둥이가 되고 싶어서 안달이 났지, 야, 큐팁. 그냥 벗고 다녀보지 그러냐? 혹시 아냐? 사막이 널 깜둥이로 만들어줄지.”
멕시코계 에스페라, 게이브, 리온, 밥티스타를 제외하면 유일한 흑인인 테런 홀시 상병, 일명 T는 큐팁의 과격한 인종차별 발언에 고개를 저었다. 말하는 것만 본다면 2분대 소속 제임스 샤핀 상병은 구제의 여지가 없는 인종차별주의 쓰레기였다. 하지만 T는 샤핀과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었다. 자신이 위험에 빠졌을 때, 가장 먼저 달려올 전우가 샤핀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샤핀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이 본능적으로 달려나갈 것이듯. 외모, 인종, 가정환경 등 각자가 지닌 마음의 약점을 파고들어 끄집어내 그것이 아무 것도 아니게 될 때까지 거칠게 굴리는 것이 해병대식 대화였고, 샤핀은 거기에 능숙했다. 인종차별주의를 표방하지만 멕시칸계 가브리엘 가르자 상병, 일명 게이브와 접착제로 붙인 것처럼 붙어 다니는, 입이 건 이 전우 덕분에 T는 흑인 비하 단어를 자기 입에 담아야 할 때, 아무런 동요도 느끼지 않았고, 그것은 해병대 생활을 훨씬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야, 저 새끼 그냥 내버려둬라. 뒤를 쫄랑쫄랑 따라오며 꼬리를 흔들던 강아지를 중위님한테 빼앗겼잖냐.”
“하긴 그 빌어먹을 무아파키아 이후 막둥이가 저 새끼를 무슨 히어로 보는 것처럼 보기는 했어.”
“하지만 그렇게 따져도 애초에 저 새낀 중위님한텐 상대가 안 되지 않았냐? 파편 맞은 다리를 지 혼자 지혈하고 다시 총대를 잡고 쏴 갈긴 저 새끼가 막둥이한테 존나 히어로라면, 총탄이 쏟아지는 그 지옥에 존나 그냥 뛰어든 우리 중위님은 막둥이가 완전 무슨 전쟁의 신 쳐다보듯 했잖냐. 난 우리 막둥이가 네이트 픽교를 만든다고 해도 올 게 왔구나 할 것 같아.”
“야……그런데 진짜, 지금 생각해도 우리 중위님 그때 너무 멋지지 않으셨냐? 어떻게 거길 뛰어드실 수 있지? 나도 존나 간이 대빵 크다고 자부하는데 그렇겐 못할 것 같거든. 우린 진짜 소대장 하난 잘 만났어.”
“닥쳐, 새끼야. 존나 게이 같아.”
“너나 닥쳐, 새끼야. 야, 릴리 저 새낀 그 다음 날 험비에 홀딱 벗은 여자 사진 떼고 우리 중위님 사진 붙인 거 아냐? 네놈 새끼가 더 존나 게이 같다, 새끼야. 네 마누란 네가 게이 된 거 아냐?”
“닥쳐, 그 사진은 부적 같은 거라고. 그리고 중위님 볼 때마다 실룩거리는 네놈 새끼 면상이나 보고 말해라, 매니멀. 까놓고 불어봐, 넌 중위님 볼 때마다 흙을 밟지 마시고 니놈 새끼 등을 밟고 가시라고 몸을 던지고 싶지? 네놈 새끼 마누라야말로 네놈이 게이가 된 거 아냐?”
“존나 똑 같은 새끼들.”
에스페라가 고개를 저었고 소대원들은 낄낄거렸다. 밥티스타가 위로하는 것처럼 큐팁의 어깨를 쳤다. 하지만 표정은 조금도 위로를 담지 않았다.
“형제, 포기하시게나. 까놓고 말해서 우리 중위님을 이길 새끼가 소대에, 아니 세상에 어디 있냐? 막둥이를 뺏긴 건 섭섭하겠지만 그냥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큐팁이 투덜거렸다.
“날 그냥 냅둬, 새꺄. 난 지금 존나 잘 키우던 딸자식을 힙합의 신에게 시집 보낸 심정이야. 존나 꿀꿀해.”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졌고, 루디 레예즈 병장이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모카포트를 들고 왔다. 소대원들의 잔에 커피를 따라주는 병장을 보며 큐팁이 입을 열었다.
“참, 요즘 크리스텐슨이 매일 얼굴에 뉴트로지나를 처바르던데, 혹시 병장님이 주신 거예요?”
루디는 큐팁의 잔에 커피를 따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중위님이 크리스텐슨 피부관리를 해야 하니까 도와달라고 하셨거든.”
“피부관리?”
“웬 피부관리?”
“존나 게이 같아.”
“우리 막둥이 결혼하냐?”
“무슨 일인지 물어보지 그러셨어요.”
“스태포드, DADT(Don’t Ask, Don’t Tell)은 꼭 성 취향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명령 수행은 아주 중요하지. 특히 중위님 명령이라면 더욱더 말이야.”
“그래요, 존나 끝내줘요. 올해 최고의 분대장 상은 분명 병장님 차지일 거예요.”
모두 낄낄거렸고, 커피를 전부 따라준 루디도 자신 몫의 잔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젊음이 좋긴 좋은 것 같아. 며칠 씻고 로션만 발랐을 뿐인데 피부가 확 좋아지는 것 봐.”
“아우우우우~ 프루디 루디. 진짜 병장님은 자기가 게이라는 걸 얼른 깨달아야지 말입니다.”
레이의 말에 루디는 픽 웃었고, 커피를 마시던 매니멀이 문득 생각난 듯 루디를 보았다.
“루디, 혹시 중위님한테도 뉴트로지나 드렸어요? 그래서 우리 중위님 얼굴이 그렇게 뽀얀가?”
“와, 존나 그게 뉴트로지나 효과라고? 나 마누라한테 매일 뉴트로지나 처바르라고 편지를 써야겠어.”
애인과 부인이 있는 소대원들이 수선을 떨자 루디는 피식 웃었다.
“중위님은 타고나신 거고.”
역시 그렇구나. 브라보2 일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침묵 속에서 천연미인 상관을 모신다는 자부심과 뿌듯함을 만끽했다. 좀 호모 에로틱하고 쏘게이 같기는 했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때 윈 중사가 소대원이 있는 곳으로 왔다.
“그런 얼굴로 조용히 있으니까 더 섬찟하다, 녀석들아. 무슨 작당들을 하는 거야?”
레이가 발딱 일어나 윈에게 다가갔다.
“중사님, 싸랑하는 중사님, 존경하는 중사님. 제발 우리 좀 구제해주시지 말입니다. 지금 우린 존나 휘몰아치는 얼음폭풍 한가운데서 경악과 충격과 공포에 질려 겁을 먹었지 말입니다. 진짜 도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엔시노맨 그 머저리새끼가 뭐라고 주절거렸길래 우리 중위님이 막둥이랑 저렇게 깜짝파티를 준비하는 것처럼 비밀스럽게 구시는 거라지 말입니다? 그리고 뒤에 존나 어떤 무시무시한 배후세력이 있기에 주둥이가 풍선처럼 가벼운 캡틴 아메리카새끼가 비밀서약이니 어쩌니저쩌니하면서 벌벌 떠는 거냐고요.”
윈이 그저 픽 웃자, 눈썹을 축 늘어뜨린 레이는 더 간절히 매달리기 위해 혀의 가속을 위한 모터에 출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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